집, 돈, 차

1.
“지난 주말에 운전하다가 연신내, 구파발을 지나갔는데 동네 몰라보게 좋아졌더라. 성모병원도 있던데.”
“그래도 난 갈 때마다 별로야. 왠지 모르게 늘.”
“그래. 역시 사람은 비가 새더라도 강남에 있어야 해.”
“뭐 나도 그런 생각이긴 하다만.”
“우리 동네도 몇 년 사니까 지겨워져서 옮기고 싶은데, 갈 곳이 없어. 집값도 부담스럽고.”
“요즘 특히 그렇지.”
“정말 생각할 구멍도 없다. 아니면 살다 보니 내 눈이 높아졌거나.”
“나는 지금 집 자체가 너무 낡아서 어딜 가도 만족할 것 같다만.”
“그렇겠지. 대만족하겠지.”

2.
“언젠가 차 바꾸게 되면 나도 자동차 동호회나 한번 들어봐야겠어.”
“차는 그냥 마음먹으면 사는 거 아니냐.”
“모르겠어. 돈 쓸 곳도 마땅히 없고 해서 그냥 모아두기는 하는데, 가끔 생각하면 왜 모으는지도 모르고 사는 것 같아.”
“막 쓰는 것보다야 낫겠지. 모으는 이유야 만들면 되지만, 한번 쓰고 나면 다시 모으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딘가 뒤처진다는 느낌도 드니까.”
“그런 생각도 있는가 보다. 쓰고 난 뒤의 모습이 두려워서.”
“그래, 뭐. 앞날 걱정도 하고 대비도 해야 진화된 인간 아니겠니.”
“하지만 싸면서 멋지고 좋은 차라면 얘기는 다르지 않을까. 그런 차는 없겠지만.”
“싸고 멋지고 좋은 차. 있긴 있는데 사망 직전이더라.”

3.
“최근에 제일 갖고 싶었던 차는 머스탱인데.”
“머스탱, 미국 차. 테슬라, 미국 차.”
“하지만 연비가 너무,”
“미국 차가 좀 그렇더라.”
“무식하고.”
“테슬라조차.”
“하지만 미국 차의 키워드는 자유잖아. 실용은 버리더라도 자유.”
“테슬라는 구독도 해야 하고, 주행 정보 같은 것들을 다 본사로 보낸다더라고. 자유랑은 정반대야. 중고 매매도 본사 통해서만 할 수 있다고 하고.”
“자율주행 데이터 때문일까. 그게 정책인가 보구나.”
“응. 이해는 간다만, 미국 내에서는 구매가 아니라 대여쯤이라고 비난도 하더라.”
“일시불 구독 경제 같구나.”
“아마 인터넷이 안 됐다면 차의 가치가 절반으로 줄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