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래서 그 비밀이란 게 뭔데?”
“작년에 우리 여행 갔을 때 있잖아.”
“런던? 아니면 부산?”
“아니, 여름에 짧게 갔을 때. 주말에 말이야.”
“그 섬 많은 데 말하는 거야? 군산이었나.”
“응. 고군산군도. 기억하는구나.”
“당연하지. 나 석양 보다가 울었잖아.”
“맞아. 그때 사실 내가 일이 하나 있었거든.”
“아, 너 표정 안 좋았을 때 얘기하는 거구나. 맞지? 내가 너 무슨 일 있냐고 계속 묻고 그랬잖아. 너는 아니라고, 괜찮다고 하고.”
“응. 그때 잠깐 만날까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나랑 같이? 거기에서?”
“아니, 나 혼자.”
“일 때문에? 그런데 왜 얘기 안 했어?”
“안 만나기로 했거든. 또 굳이 말할 필요까진 없는 것 같아서.”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 그럼 그때 전화 온 것도 그 사람이었어?”
“전화?”
“응. 계속 걸려 오고 그랬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부재중 다 떴는데.”
“그건 모르겠는데. 나 부재중 기록 안 보는 거 알잖아.”
2.
“그래서 뭐가 비밀인 거야?”
“나 이사하기로 했어.”
“갑자기? 어디로?”
“군산. 우리 회사 지점이 새로 생겼는데,”
“무슨 소리야. 갑자기 군산을 왜 가?”
“들어 봐. 회사에 오래 있었던 직원이 몇 명 필요하대서 고민하다가,”
“그게 언제부터 있었던 얘긴데?”
“그때 군산 갈 때쯤.”
“그걸 이제껏 혼자 생각하다가 결정한 거야?”
“미진아.”
“너 뭐야? 나보고는 고민 있으면 다 말하라며.”
“미안해. 같이 고민해볼까도 생각했는데,”
“무슨 소리야. 나하고 같이 고민할까 말까를 생각했다고? 군산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응. 역시 말하지 말 걸 그랬다.”
“너 좀 웃긴다. 그래서 언제 가는데?”
“이번 주말. 토요일에.”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는 알지?”
“응. 이제 이틀 남았지.”
3.
“당황스럽다. 이걸 언제 얘기하려고 지금껏 말도 없이 있었던 거야?”
“원래는 지난주에 말하려고 했는데,”
“지난주? 이번 토요일에 무려 군산으로 이사한다는 걸 지난주에 말하려고 했다고?”
“미안해.”
“넌 이게 미안하다는 말로 해결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그래서 왔잖아.”
“그럼 뭐, 같이 가기라도 하려고?”
“안 되겠지?”
“너 지금 장난하니?”
“역시 괜히 말한 것 같다. 그냥 조용히 갈걸.”
“조용히 가면 뭐, 그냥 사라지려고 했어?”
“가서 연락하려고 했지.”
“대단하다 정말. 너는 모든 게 쉽구나.”
“미진아.”
“이름 그만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