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거리

나의 이런 심리도 일종의 강박 같아. 누군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가까워진 것 같다 싶으면 나를 더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 언젠가는 반드시 끝내야 하는 숙제 같은 거야. 나를 알려준다는 건 사실 나는 망가진 인간이고, 왜 어떻게 망가졌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야.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이 더는 나와 놀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운 마음이 들어. 누군가가 나를 미워하고 떠난다는 건 무서운 일이잖아. 그래서 매번 고민해. 말해야지, 언제 말할까, 말해줘야 하는데, 내가 진짜 어떤 인간인지 이 사람도 알아야 하는데.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마음의 불구가 된 기분으로. 이 고민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아. 여전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거든. 그런데 이 단계를 넘지 못하면 그 사람과의 이야기는 더 확장될 수 없어. 내 진짜 모습은 따로 있는 데다가 가면 놀이는 시간이 지나면 지치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더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만 하는 이야기인 셈이야.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어.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는지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거야. 굉장히 이기적인 자세 아니니. 나는 이런 상황이 늘 무서워. 나를 궁금해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는 것 말이야. 어딘가 이런 말도 있다며. 사람들은 놀랍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고. 맞아.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별 관심이 없어. 대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하지.

작년쯤부터는 뭔가 말하려다가 만다는 이야기를 가끔 들어. 나는 모르겠지만, 말을 꺼내려다가 말고 이야기도 하다가 말고 그런다는 거야. 사람들과 대화를 하지 않으면서 생긴 버릇인가 싶기도 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고민했을 수도 있어. 혹은 그냥 자신감이 떨어져서였거나. 그러니 방금 뭐였지, 싶은 게 있다면 나에게 물어봐야 해. 나는 막상 말하고 있을 때는 생각을 멈추기 때문에 뭘 말하려고 했는지도 금방 잊거든. 하지만 궁금하지 않은 걸 일부러 물을 필요는 없어. 나도 그게 궁금해서 묻는 건지 예의상 하는 말인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으니까. 그건 나를 괴롭히는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