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그 일을 겪고 나서 생긴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불구가 된 마음입니다. 저는 이제 마음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도 좋다고 먼저 표현을 못 해요. 예전에는 그런 고민 안 했거든요. 좋으면 좋고 아니면 마는 건데, 사람들의 마음이 항상 나와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고 이런 마음이 이제 방정맞음, 혹은 주책이란 걸 깨닫기도 했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저와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렇게 문제 있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아, 돌려서 물어본 적은 있어요. 이런 사람은 절대 만나지 않겠다 하는 게 있냐고. 그런 종류의 사람이 있냐고요. 감옥에 갔다 온 적 있는 사람이라거나 뭐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거나요. 그러니까 이게 저에게는 장애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거예요.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그런 ‘문제 있는’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주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요. 내가 허구한 날 이런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카카오톡도 자꾸 탈퇴하고 그랬어요. 안 그럼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다가 더 망가질 것 같았거든요. 이미 망가졌는데 하소연이 뭐 대수겠냐만, 그래도 ‘나 망가졌어’ 하고 말하는 것보단 ‘나 아무 일 없어, 그냥 잠수 좀 탄 거야’ 하는 게 서로에게도 좋잖아요. 역시 생각을 시작하니 기분이 추락하고 있어요. 아무 말 안 하는 게 제일 좋은데 그러면 가끔 너무 답답하거든요. 어떤 기분인지 모르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