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나타났다. 동네 입구에서 어슬렁거리는 녀석이 있다고 누군가 알려왔다. 그러면서 집에 총이 있는 사람은 챙겨서 나오라고 했다. 나는 총 대신 긴 막대기를 들고 나갔다. 집에 남은 사람들은 대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을 통해 우리를 지켜봤다. 사람들은 골목을 뒤지면서 늑대를 찾았다. 어떤 사람은 늑대 울음소리를 흉내 내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 지난 뒤에 멀지 않은 곳에서 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늑대라고, 늑대를 발견했다고 외치는 소리도 났다. 여기저기서 창문이 열리고 사람들의 머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몇 초 뒤에 가까운 곳에서 탕, 하는 소리가 났는데 이번에는 으악, 하는 비명도 함께 들려왔다. 사람들은 총소리가 난 곳을 향해 뛰어갔다. 나는 이제 됐겠지 싶어 집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때 눈앞에서 늑대가 나타났다.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놀라서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는데, 늑대는 나를 보면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나는 긴 막대기를 든 손에 힘을 주고 마음속 기도를 시작했다. 어디선가 다시 탕, 하는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먼 곳이었다. 사람들은 아직 늑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늑대는 나를 향해 두세 걸음 걷더니 이내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가까운 골목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대로 서서 몇 초쯤 기다리다가 늑대가 사라진 골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