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렉 위튼과 빌 게이츠, 번개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직 번개탄의 까만 미소를 기억한다.
2.
매일 밤 모든 것과 작별할 준비를 한다.
굳이 고백하지 않아도, 나는 행복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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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렉 위튼과 빌 게이츠, 번개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직 번개탄의 까만 미소를 기억한다.
2.
매일 밤 모든 것과 작별할 준비를 한다.
굳이 고백하지 않아도, 나는 행복한 존재다.
참된 창조는 나를 표상하는 여러 의미체들에게 각각 진지한 자존감을 부여할 때 이루어지며, 나의 여행은 이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상호 존중과 경의를 표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상적인 사고는 이들 간 발현되는 원활한 소통의 산물이며, 실체로서의 나를 매개로 한 결과물은 사고를 통해 성숙해진다. 모든 질문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나는 단 한 번도 창조의 욕구를 잊은 적 없다.
“인문학을 왜 배운다고 생각하나? 문학을 배우고 역사를 배우고 언어를 알고 그림을 보고 글을 쓰고, 이런 것들을 너희는 왜 배우지? 취업을 해야 하니까? 사회가 원해서? 그럼 돈을 벌고 결혼하고 아이도 키우고, 그렇게 나이 먹고 더 이상 사회에서 너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그 후엔, 그땐 뭘 하지?”
“틀렸어. 너희는 지금 취업을 바라보면 안 돼. 인문학은 취업을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야. 인문학은, 평생을 위한 공부다. 은퇴를 하고 육십, 칠십, 팔십이 되어 사회와 경제에서 소외돼도 너희는, 너희 삶을 살 수 있다. 계속 생각하고 고찰하고, 너희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유치원 땐 의사가 아빠와 오촌 당숙 다음으로 최고였다. 나는 병원을 자주 다녀야 했는데, 의사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콧물도 멈추고 감기도 그치곤 했으니까. 그래서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으냐 물으면 대뜸 의사라고 답했던 것 같다. 아빠는 내가 되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 집에 있었고 오촌 당숙은 너무 멀리 있어서 되고 싶지 않았다.
의사선생님은 종종 만나러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병원을 가는 날엔 엄마가 호두과자를 사주었는데, 주사를 맞고 찡그리기라도 하면 바나나 한 송이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당시 바나나는 꽤 비싼 군것질이었다. 우리 집에서 볼 수 없었던 과일은 일단 비싼 거였으니까. 그래서 과일장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뭐든 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땐 어른들이 참 재미있어 보였다.
마이클 크라이튼, 콩고, ERTS. Database를 Databank로 읽게 만든 장본인.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었다. 산꼭대기도, Kevin Colister도 모두 그때 태어났다. 핑키가 망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행복했다.
진실은 그렇다. 하루를 채우고 지식을 채우고 배를 채우고, 빈 공간을 메우다 보면 언젠가는 끄트머리에 닿으리라-고들 한다. 어떤지는 묻지 말아 달라. 즐거운지, 재미있는지도 묻지 말아 달라. 즐거워야 할 일도 없고 재미있어야 할 일도 없다. 진심이 아닌 일을 해본 적 없으니 진심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일 년 하고 반, 지금이 세 번째다.
시간은 제 갈 길을 가는데 나는 자꾸 기억을 잊고 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