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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면 – 2

“성공을 해도 만족이 없어 보인달까, 고달파 보여요. 뭘 해도 핀잔 듣기 쉽고. 같은 능력이면 여자가 우대받는 것도 같아요. 화장도 남자가 하면 뭐라 하고, 머리 기르는 거나 치마 입는 것도요. 여자는 집 있다 하면 와, 열심히 살았네, 능력 있네, 하는데 남자는 집 있다고 하면 그 나이에 그 정도는 있어야지, 하잖아요. 같은 고통도 더 안고 사는 것 같아요. 나쁜 짓을 해도 근심을 떨치고 해소하면 좋은데 그런 걸 좀 못 하는 것도 같고요. 성공을 해도 와, 나 성공했어, 하는 느낌이 아니라 이 자리를 계속 지켜야 하는데, 싶어 희번덕거리는 듯해요. 나이 들수록 인상 좋은 아저씨를 보기도 힘들고요. 아줌마는 많은데.”
“남자들은 속 마음도 말을 잘 못 하고 혼자 안고 가는 것 같아요. 늘 경쟁하고 계급도 쉽게 나뉘고요. 여자들은 서로 보듬는데.”
“단순히 또 예를 들면, 남자보다 여자가 연애하기도 쉽고요.”

“여자는 살면서 고백을 많이 받긴 해요.”
“그건 그래요.”
“신랑은 다음 생에도 남자로 살고 싶대요. 궁금해서 물어본 적 있거든요.”
“정말요?”
“여자는 약해서 싫대요.”
“우리 신랑은 섹시한 여자로 태어나서 다 꼬시겠다던데.”
“저 그 대답, 들어본 적 있어요. 일 다닐 때, 여섯 살 많은 남자 직원이었는데 다음 생에 예쁜 여자로 살아보고 싶다고 했어요.”
“좋은 분이었어요?”
“잘 생긴 분이었는데, 예쁜 여자들은 남자들이 밥도 사주고 선물도 사주고 한다고. 본인은 사주는 입장이니까 다음 생엔 받는 입장으로 살고 싶대요.”

다시 태어나면 – 1

“저는 다시 태어나도 여자이고 싶어요.”
“정말요? 왜요?”
“여자로 사는 게 좋아요.”
“난 남자로 태어나고 싶은데. 한번 크게 성공해보고 싶어요.”

“저도, 다시 태어나도 여자. 근데 유럽 언니로 태어나고 싶어요. 막, 결혼 백 번 해도 괜찮고 연애만 하다 싱글맘이 돼도 괜찮고.”
“그래도 할리우드 스타는 싫어요. 너무 주목받잖아요. 나쁜 짓도 좀 하면서 살고 싶거든요.”
“그치, 그치.”

계획

“자료를 찾다가 2009년 일기가 나왔는데,”
“오늘 날짜 읽어줘봐요.”
“2월 4일은 없고, 2009년 7월 4일. 너의 미래를 사랑과 맞바꿀 수 있겠어? 꿈은, 목표는? 세상에 그처럼 멍청하고 바보 같은 짓이 또 어디 있냐?”

“왜 두 줄 넘어는 적지 않았어요?”
“줄 바꿔 쓰고 했던 걸 언젠가 책 만들려고 모아뒀나 봐요. 십 년 전 다시 공부하려고 계획 세운 것도 발견했는데, 그 계획에 의하면 금년부터 전 연구교수래요.”
“십 년 뒤는 안식년 하고.”
“전공은 무려 열한 가지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님은 책 말고 뭘 또 좋아해요?”
“배우는 거 좋아해요.”

두려움

우는 일이 잦아졌다. 책을 보다가도 울고 타자를 치다가도 운다. 집에서는 그냥 소리 내어 우는데, 울고 나면 마음이 편하다. 밖에서 눈물이 나오면 얼굴에 힘을 준다. 카페에서도 영화관에서도 얼굴에 힘을 줄 때가 많다.

노래를 좋아했는데 부르지 않은지 일 년이 넘었다. 사람을 좋아했는데 따로 만나지 않은지도 반년이 넘었다. 노래는 아직 좋아하고 사람은, 모르겠다. 만나고 대화하기가 두렵다. 보고 싶은 사람은 있지만 용기가 없다. 궁금하지만 물을 방법이 없다. 곧 사그라들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