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집은 방 하나가 남동향, 나머지 방들과 거실이 남서향이라 오전과 오후의 증거가 확실하다. 남동향으로 창이 난 방은 ‘아카이브’라 불리는데 이곳에 빛이 드는 건 아침뿐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주말 아카이브’의 아침을 봤다. 기대하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그 일이 빠른 속도로 내 상상력을 잠식해갔지만 나는 몰랐다. 며칠 지나고 보니 상상을 축내는 대신 내 하루를 바꾸고 있었더라. 차를 달려 눈바람 치는 섬에 도착해 아직 중천이 먼 해를 본다. 사실 구름에 가려 저기쯤 있겠지 상상만 했다. 서울은 맑고 화창했다는데 내가 간 곳들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남쪽 동네도 겨울은 겨울이다.
‘주말 아카이브’의 아침을 맞이한 토요일부터 다음 날인 일요일, 그리고 다시 돌아온 토요일까지 삼일 동안 이천 킬로미터를 달렸다. 왠지 오래전부터 반복돼 오던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