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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자료를 찾다가 2009년 일기가 나왔는데,”
“오늘 날짜 읽어줘봐요.”
“2월 4일은 없고, 2009년 7월 4일. 너의 미래를 사랑과 맞바꿀 수 있겠어? 꿈은, 목표는? 세상에 그처럼 멍청하고 바보 같은 짓이 또 어디 있냐?”

“왜 두 줄 넘어는 적지 않았어요?”
“줄 바꿔 쓰고 했던 걸 언젠가 책 만들려고 모아뒀나 봐요. 십 년 전 다시 공부하려고 계획 세운 것도 발견했는데, 그 계획에 의하면 금년부터 전 연구교수래요.”
“십 년 뒤는 안식년 하고.”
“전공은 무려 열한 가지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님은 책 말고 뭘 또 좋아해요?”
“배우는 거 좋아해요.”

질투

욕망은 소유를 낳고 소유는 파괴를 낳는다. 몸이 편하면 생각이 많아진다. 쉬는 날이 늘 반갑진 않다. 영감을 포기하면 시계가 멈춘다. 알아도 모른 척 속는다. 가질 수 없는 건 질투가 된다. 꿈은 소모적이다. 바람은 겸손의 탈을 쓰고 자만을 부른다. 욕망이 나를 삼킨다. 생각이 나를 삼킨다. 알면서 알고 싶지 않은 일이 반복된다.

두려움

우는 일이 잦아졌다. 책을 보다가도 울고 타자를 치다가도 운다. 집에서는 그냥 소리 내어 우는데, 울고 나면 마음이 편하다. 밖에서 눈물이 나오면 얼굴에 힘을 준다. 카페에서도 영화관에서도 얼굴에 힘을 줄 때가 많다.

노래를 좋아했는데 부르지 않은지 일 년이 넘었다. 사람을 좋아했는데 따로 만나지 않은지도 반년이 넘었다. 노래는 아직 좋아하고 사람은, 모르겠다. 만나고 대화하기가 두렵다. 보고 싶은 사람은 있지만 용기가 없다. 궁금하지만 물을 방법이 없다. 곧 사그라들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진다.

울타리

“죽었다 깨어났다 해.”
“돌고 도는 거니까.”
“오랜만에 듣네. 신선하다.”
“좋지?”
“응.”
“그냥 있을래?”
“줄 게 없다.”
“…”
“미안해.”
“네 존재가 선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