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본 뮤직비디오가 자꾸 생각난다. 죽는 순간에 대한 내용 같은데 리듬이 묘하게 들려온다.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는 듯한 상황. 내가 죽는 날도 그렇겠지, 어젯밤 잠들 때처럼 의식을 잠시 잃을 뿐인데 사람들은 분주해지고 나를 들어다가 옮기고 안 하던 연락을 하고 잘 만나지 않던 사람들을 부르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오랜만에 밥도 같이 먹고 기도도 하고 멜로디 없는 노래도 부르고, 그러다 울기도 하고. 영원이란 단어를 쓸 때가 드디어 왔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의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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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나
차를 몰고 출근을 할 때면 한강을 두 번 건너게 된다. 잠실에서 자양으로, 다시 마포에서 여의도로. 잠실대교에서 마포대교에 이르기까지 강을 왼편에 두고 달리는 기분이 꽤 좋다. 오늘은 아침부터 퇴근 전까지 집중 테스트가 있는 날이었는데 오후 여섯 시가 되자 설문지를 작성하라고 한다. 여러 요소에 대한 평가를 적던 중 맨 아래에서 업무 환경 개선에 대한 문항을 본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망설이다 보니 의외로 내가 회사에 만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관리자는 할 일을 할 뿐이고 나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걸 잘 만들어 넣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서 동료들에게 바라는 점을 썼다. 나에게 좋은 환경이란 언제든 협업할 수 있게 준비된 자세를 갖추는 것이니까.
이번 주는 자유를 뒤로하고 일에 집중해야지, 했는데 설문을 마친 사람들이 퇴근 준비를 하길래 덩달아 짐을 싸고 나왔다. 어차피 고단한 한 주가 될 테니 하루 더 쉬는 게 뭐 어때 싶기도 하고 어제 읽은 소설들이 눈에 채이기도 하고, 그래서 오는 길에 단편집을 하나 더 사서 집 앞 스타벅스에 앉아 한참을 읽으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번에도 끝까지 읽으면 왠지 다가오는 주말까지 허기질 것 같아 적당히 읽고 나오기로 한다. 집으로 오는 길에 문득 이 동네가 십삼 년 전 만나던 아이가 잠시 살던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매일 지나치던 PC방들도 가만 보니 당시 내가 갔던 곳들이다. 누군가 구석 자리에서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틀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