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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ohour

“나로의 시간. 사실 나로도에서 적용되는 시간이니까 나로의 시간이면서 고유 단위처럼 나로시가 될 수도 있다고 봐요. 언젠가 나로도가 행정구역상 정말 시가 된다면 나로시 혹은 나로의 시간이 새롭게 조명될 수도 있겠죠. 물론 그런 날은 오지 않았으면 해요.”

여행을 다녀온 뒤 한동안 내 것, 내가 할 일에 대해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다. 오롯이 나와 함께였다. 다른 어떤 해침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왜

“그걸 왜 하고 싶어?”
“글쎄. 그냥, 진짜 그냥 하고 싶어.”
“그럼 그걸로 직업을 갖고 싶은 거야?”
“모르겠어. 이건 뭐랄까, 그냥 마음이 너무 하고 싶어 하는 그런 거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드는 생각. 오래전부터 그랬어. 직업으로는 사실 자신 없고.”
“가끔 오빠 얘기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안 좋아져.”
“현실감 없는 이야기라 그렇겠지.”
“그런가?”
“응. 빙빙 돌리기만 하고, 돈 안 되는 얘기이기도 하고.”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해서 그런가 보다.”
“그렇지 뭐.”

넓고 얕은 세상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어떤 세상을 바라보며 사는 데 익숙하다. 사람들의 취미는 자신이 열망하는 세상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부러움이 지나치면 질투가 되고,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세상이라 여기면 이 감정은 시기와 증오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과 다른 세상을 하나씩 부정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세상의 무리를 잘 알아보지 못한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열광하는 것은 모두 자신과 다른 어떤 세상의 그 어떤 것들이다.

나는 넓고 얕은 세상에서 태어났다. 내 취미는 좁고 깊은 세상에서 태어난 것처럼 살기다. 이 놀이는 꽤 재미있다.

미디어

S 대학의 교수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가 부끄러워 당일 취소를 한 적이 있다. 한 국제 학술 토론회에 참석해서 기자인 척 맨 앞 줄에 앉아 C 대학의 교수와 눈을 마주치려 애를 쓴 적도 있다. 당시 C 대학의 교수 옆에는 한 해 전 진학 상담을 할 뻔했던 S 대학의 교수가 앉아 있었다. 두 교수 중 누가 내 스승으로 적합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때다. Y 대학의 교수는 만날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한 페스티벌을 찾아가 멀리서 구경만 했다. K 대학의 융합과정 입학 설명회를 들으러 간 적도 있다. 나는 매번 느렸고 그들은 빨랐다.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비밀이라면 비밀이고, 그렇게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