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무서운 기분이 든다. 이 무서움은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동안 사라졌다가 집을 나설 때 다시 생겨난다. 기대하지 않은 것들이 내게 다가오고 예측하기 힘든 공간으로 몸이 당겨지는 그 느낌이 매번 낯설다. 매일 어디론가 가서 무언가를 하지만 나는 그게 어디인지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종종 잊어버린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있다가 일을 놓치기도 한다. 목적지 없이 움직이는 하루도 사회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내 하루의 목적을 알고 싶다. 회사에는 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입을 열지 않아도 내 말을 들을 수 있다. 내가 돌처럼 굳어 있어도 나와 함께 걷고 일하며 내가 더는 존재하지 않아도 나를 보면서 이야기한다. 나는 그들에게 매번 고마움을 느끼지만 표현할 말을 몰라서 웃어주기만 한다. 그러면 그들도 같이 웃는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나를 보면서 넌 아무 이상 없다고, 누구나 그런 것이니 금방 또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기분인지 자신도 잘 안다고, 힘들면 언제든 말하라고 덧붙인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던 것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한 세상에 남아있는 한 서로 피해만 줄 뿐이다. 내 하루의 목적은 이런 것인가 싶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무서운 기분을 느끼고, 이 기분의 정체가 무엇인지 생각하다가 회사에 가서 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사람들과 일하면서 잠시 고마움을 느끼고, 그 표현을 위해 웃어주기도 하고, 그러다가 자신이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증오를 느끼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 사라지는 게 낫겠다, 생각하면서 그들과 나를 세상에서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것 말이다. 언젠가 생각을 비울 수 있다면 나도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살아있는 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언젠가 그럴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차라리 사라져야 한다. 그게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