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A: 저는 여기에서 유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B: 잘생김을 담당하는 분이겠죠. 유머라면 전 ○○님이 제일 웃겨요.
C: 이렇게 지훈님은 2인자가 되는 것인가.
B: 아, 허무개그는 또 모르겠다.
A: 바로 그겁니다.
D: ○○님이요? 취향 독특하시다.
B: 요새 제일 웃겨요 저는. 설마 나뿐인가.
C: 아니에요. ○○님 웃김.
D: 픽도 안 나와요. 항상 무표정에.
B: 이모티콘이 너무 웃겨요. 늘 처절하고 괴롭고 포효하고.
C: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D: ○○님 = 쟤 왜 저래, 동일어예요.
B: 어울린다. 사실 여기의 코미디언은 제 마음속 연예인 지은님이에요.
C: 지은님 언어술사예요.

입장 도우미

이름하고 태어난 해부터 적어주세요. 그 옆에 나이는 비워 두셔도 됩니다. 성별도요. 처음이시죠? 제가 웬만하면 사람 얼굴을 잊지 않는데 서영님은 확실히 처음 뵙는 것 같아서요. 의자 불편하시면 미리 말씀 주세요. 시작하려면 아직 오 분쯤 남았으니까 이리저리 뒤척여 보시고요. 검사 도중에 불편함을 느끼면 그것도 스트레스가 돼서 결과가 달라지거든요. 네, 그렇게. 몸을 좀 크게 움직여보는 게 좋습니다. 팔걸이는 어때요? 딱딱하다거나 높이가 안 맞는다거나. 아, 물론 걸쳐두시지 않아도 됩니다. 최대한 편한 자세를 찾아서 그대로 계시면 가장 좋아요. 잠시만요. 식사하신 지는 좀 된 거죠? 한 시간? 네,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이거 우선 받으시고요. 뜯어보세요. 위쪽, 점선 있는 곳 보이시죠. 그리고 물도. 자, 이제 시계를 보시다가 3시 정각이 되면 그 포를 입에 털어 넣고 삼킨 다음에 물을 세 모금 드시는 겁니다. 포가 먼저, 물이 나중이에요. 이제 30초 남았어요. 의자는 괜찮으시죠? 좋습니다. 물까지 다 드시고 나면 잠이 올 거예요. 그럼 제가 대화를 시도할 겁니다. 춥지는 않죠? 혹시 모르니 에어컨 온도를 조금 높이겠습니다. 준비되셨나요? 자, 포를 입에 넣고. 삼키세요. 그리고 물을 세 모금, 그렇죠. 한 모금 더. 잘하셨습니다. 이제 편히 계세요. 눈은 감으셔도 됩니다. 제가 밝기를 낮출 거예요. 천천히 숨 쉬시고. 어때요? 고개를 왼쪽으로 조금, 좋습니다. 방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어요. 서영님은 잠이 들기 시작합니다.

경득의 시간

왼쪽으로 조금씩 가주세요. 신발, 발 조심하시고요. 오늘따라 많이들 오셔서 조금 난감한데, 그래도 진행해볼게요. 허리 펴주시고 팔 높이, 쭉 펴주세요. 두 번째 줄! 높이, 그렇지. 제가 얘기했죠. 팔다리 길쭉한 거랑은 상관없다고. 자신 있게 쭉, 팔에 힘을 조금 주면 형태가 나아져요. 좋아요. 두 번째 줄! 옆 사람 말고 저를 보세요. 팔에 힘, 그렇지. 반대편 팔은 편하게 두세요. 좋아요. 이제 내리고. 숨을 크게 들이 쉬어보세요. 잠깐 참았다가, 이제 내쉬고. 왼쪽으로 조금만 더 가볼까요. 서로 공간이 좀 더 있어야 하는데, 오늘만 참아 봅시다. 다시 허리 펴주시고요. 이번엔 목을 풀어 볼게요. 고개 숙이고 왼쪽으로, 천천히 왼쪽으로, 점점 고개 젖히시고 오른쪽으로, 좋아요, 천천히,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리세요, 그렇지, 다시 고개 숙이고. 머리 긴 분들은 묶는 게 좋겠어요. 사무실에 끈이 있었는데, 혹시 지금 더워요? 더우신 분? 기다려 보세요. 아까 두 번째 줄, 경득님 맞죠? 저랑 같이 가요. 다른 분들은 잠깐 음악 틀어둘 테니 자유롭게 몸 풀고 계세요. 혹시 듣고 싶은 거 있어요? 아니다. 제가 알아서 틀어둘게요. 목마르신 분은 냉장고에 물 있으니 드시고요. 경득님? 이리로.

소심한 사람

1.
“카카오톡 괜히 살렸나 봐요.”
“왜 또?”
“동네방네 괴롭히는 것 같아요. 사라지고 싶다 정말.”
“왜 저런대. 연락 안 하고 살다가 연락하니까 괴롭히는 것 같아요?”
“몰라요. 사람들한테 말 걸고는 싶은데 걸면 피해 주는 것 같아서 괴로워요.”
“왜 피해예요? 옥장판 파는 것도 아닌데.”

2.
“○○님 유쾌해서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엄청 소심해요. 누구 꼬실 때 빼고요.”

3.
“아까 그건 무슨 소리래요.”
“뭐, 소심하다는 거?”
“아니, 그 뒤에. 나 누구 꼬신 적 없는데.”
“웃기시네.”